CS 전공/생각?2010. 11. 17. 15:26

많은 사람들이나 언론에서 Steve Jobs를 '프리젠테이션의 귀재', '발표를 하려면 잡스처럼 해야 한다' 고 한다. 그래서 Steve Jobs의 제품 설명회(iPad와 iPhone4)의 발표 자료를 직접 보았다. 2시간은 족히 걸리더라.
Jobs가 개인적으로 좋은 목소리를 가졌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약간 카랑카랑하니 거칠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잘생긴 것도 아니다. 머리는 벗겨졌고, 중동계(잡스의 친아버지는 시리아 사람)인 그의 얼굴 또한 WASP와는 구별된다.

하지만 그의 발표에서 보면 확실히 배울 점이 몇 가지 있다.

첫 째는 숫자로 자신이 하는 말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보통 연사들은 '오늘 발표에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다.'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말을 하는데 잡스는 오늘 30개국에서 15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을 해주었다. 이런 식이다. 제품의 특징을 말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배터리 수명이 좋다. 속도 빠르다. 이런 식이 아니다. 배터리 수명은 최대 10시간이고, 속도는 1GHz이다. 제품 출시는 몇월 몇일까지 어느어느 나라에 될것인지 일일이 나라까지  나열한다. 사람은 수치에 약하다.

둘 째는 간단하고 쉬운 말로 천천하고 분명하게 말한다.
잡스가 하는 영어는 내가 경험한 어느 미국 사람들보다도 느리게 말하는 거다. 가끔은 외국인인 나조차 답답하게 여겨질 정도로 천천히 말한다. 대신에 하고 싶은말은 간결하고 분명하게 말한다.

셋 째는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오는 것이다.
발표에 있어서는 현재 슬라이드에서 할 이야기를 끊기지 않고 다음 슬라이드에서 이어서 계속 설명해 나가는 것, 즉 적당한 때에 슬라이드 전환을 해줘야 한다. 그래서 언제 슬라이드를 전환할 것인지를 알고 다음 슬라이드의 내용들이 뭔지 기억해 두어야 한다. 잡스는 다음 슬라이드가 뭔지 보지 않고  슬라이드를  계속 자기 발표를 한다. 철저히 자기의 발언과 슬라이드 간의 싱크를 맞춰놓고 들어온다. 보다보니 잡스가 손에 든 리모트를 잘못 조작해서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자신이 정해둔 타이밍에 슬라이드 전환이 안된 것조차 실수로 생각하더라.

넷 째는 슬라이드를 간단하면서 명료하게 쓴다는 것이다.
사실 기술 소개 자료들은 쓸 내용이 많아서 간단하고 명료하게 작성하는게 더 어렵다. 
간단하게 몇자로 슬라이드를 만들면, 전달할 내용이 빠지게되고, 반대로 슬라이드에 많은 내용을 집어넣으면 청중이 보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한 사람은 눈과 귀로 동시에 다른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때문에 슬라이드에 쓰여진 글들을 그대로 읽는 발표자를 만나면 청중은 무지하게 괴롭게 된다.

잡스는 그런면에서 슬라이드로 전달할 내용과 말로서 전달할 내용들을 정확히 나눠서 구분하고, 슬라이드의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의 회사를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회사다라는 멘트를 하면서 슬라이드에는 인문학과 기술의 이정표 사진을 보이고 있다.
복잡한 생각을 하나의 그림으로 투영시켜 설명하는 정말 멋진 사례라고 보여진다. 



언제나 그렇듯 프리젠테이션의 의도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인 예들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여기 교수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라.
프리젠테이션은 자기가 아는 것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아는 것을 남이 알아듣도록 하는 거라고... 옳은 말이다. 

Jobs의 최근의 presentation들은 http://www.apple.com/apple-events에서 볼 수 있다.




Posted by B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