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uter Science(또는 CE, CSE ) 분야의 논문들은 SCI, SCIE로 분류되어 있지 않더라도, 학회가 published , maintained, 또는 sponsored by IEEE, ACM이거나, 또는 채택률 30% 이내이라면 SCI(E)급으로 인정받는다.
이게 뭐인고 하니, 생물, 의학 쪽과 다르게 CS 분야는 사람 수에 비해서 저널 수가 적어서 그걸 보충하고자 CS 관련 교수들이 BK 사업단 측에 탄원을 넣어 생긴 규칙이란 거다. 원래 SCI, SCIE 리스트에 편입된 CS 관련 저널들이 CS의 사회적인(?) 파급 효과에 비해서 편수가 적을 뿐더러,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 중 하나인 관계로 논문 작성자들이 저널들을 굳이 인용하지 않고 학술대회들을 주로 인용하기 때문이란다. 내 보기에도 정말 이건 충분한 이유가 될 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IEEE, ACM 문구가 있는 컨퍼런스들이 정말 우수한 컨퍼런스이고 그게 저널급이 될까? 그건 아닌 듯 싶은데... 다른 분야는 모르겠고, DB 쪽은 SIGMOD, VLDB, ICDE가 Best of the Best 컨퍼런스들이고 그 밑으로 EDBT/ICDT, CIKM, ER, DEXA, 등이 있다. 마이닝 쪽으로는 KDD, ICDM 등이 있고, IR 쪽과 좀 융합연구 쪽으로 SIGIR, WWW 등이 탑 컨퍼런스로 처준다.
최근에는 USENIX가 주최하는 컨퍼런스가 굉장히 훌륭한 평판을 받고 있다. SOSP나 FAST 등의 컨퍼런스는 정말 훌륭하다.
이들은 분명 CFP에 IEEE, ACM 문구 들어가고, 논문 채택률도 30% 이내이다. 하지만 IEEE, ACM 문구 들어간다고 유명 컨퍼런스이지 않은 소위 시쳇말로 널널한 학회들도 부지기수이다. ACM에서는 ICPS(International Conference Proceedings Series)라는 이름으로 ACM Proceeding으로 출판하는 컨퍼런스들이 있는데, 이것은 ACM proceeding에 실리고 ACM 디지털 라이브러리에 색인되어도, ACM에서는 스폰서하지 않은 컨퍼런스이다. 이러한 컨퍼런스의 프로시딩에 실린 논문들은 대개의 경우 질적 수준이 ACM 주관 컨퍼런스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IEEE는 그보다 더하다. IEEE proceeding은 정말 남발되고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컨퍼런스의 프로시딩이 IEEE Proceeding으로 출간된다. 하지만 정작 IEEE가 스폰서를 해준 컨퍼런스는 많지 않다.
간단히 말하면 학회 이름에 ACM, IEEE으로 붙여진 것은 정말 ACM이나 IEEE에서 스폰서를 했고, 그에 따라 해당 프로시딩으로 논문이 출간되는 좋은 컨퍼런스이지만, IEEE나 ACM proceedings로 출판되는 컨퍼런스들이 모두 좋은 질의 논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역으로 IEEE나 ACM이 아닌데 엄청 좋은 컨퍼런스도 존재한다. DB쪽에서는 VLDB가 대표적인 예이다. 1975년 SIGMOD와 같은해에 설립된 VLDB endowment의 VLDB 컨퍼런스는 SIGMOD 바로 밑이거나 동급으로 쳐준다.
ACM이나 IEEE, USENIX 스폰서의 컨퍼런스들은 채택율도 매우 낮고 논문 질도 그만큼 훌륭하다. 실상 우리 쪽에서 SIGMOD나 VLDB 같은 컨퍼런스에 논문이 되었다 하면, 그 논문은 Top 3 저널(TODS, VLDB Journal, IEEE TKDE)을 제외하고는 다른 SCI 저널 논문보다도 더 질적으로 우수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건 실적 쌓기 용으로 널널한 학회 저널에 논문을 내고 SCIE 논문이라고 인정받고자 하는 세태와 그리고 채택율 30% 이내라고 우수 컨퍼런스라고 실적물로 탑재하는 행태 또한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게 먼지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실적 때문에 논문 제출하게 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좋은 연구해서 좋은 논문을 작성하면, 되던 안되던 탑 컨퍼런스에 제출해보고 기다리게 해주면 좋은데, 이놈의 실적 평가라는 것은 그걸 기다리게 해주질 못해서 여기저기 널널한 학회에 논문을 내게 한다. 그럼 저자는 다른 학회에 논문을 낼 때는 다른 주제로 논문을 내게 될까?
결국엔 동일 주제의 비슷한 논문들이 여러 널널한 학회에 제출되어지고 편수로만 실적 평가가 되는 거다. 그리고 그 논문들은 남들에 의해 제대로 인용조차 되지를 않겠지.
이건 또한 자기 표절(self-plagiarism)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예전에는(2000년대 초?) 해외에 좋은 논문을 내고 그 내용을 한글로 다시 국내 학회에 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지금의 잣대로는 전부다 자기 표절로 걸릴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거의 전부가 그래왔다. 역으로 그래서 국내 학회 논문지의 논문 질은 엄청났다. 해외 유명 컨퍼런스에 채택된 논문 내용을 그대로 국내 저널에 냈는데, 극내 저널에서는 reject을 먹인 적도 있다 한다. 한글 번역본 제출이 불가해진 지금은 전부다 우선적으로 SCI 저널에 논문을 내고, 해외에 못내겠다 싶은 저급의 논문을 국내 저널에 내는 것으로 세태가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국내 저널의 수준은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져 보인다. 당장 논문 투고 수도 많이 줄었다. 학회에서 안하던 특집원고를 모집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얼마전 정보과학회에 미국 Drexel Univ.의 송일열 교수님이 와서 튜토리얼을 할 때에 한말이 생각난다. 미국의 교수 업적 평가는 논문 수보다는 어느 학회에 논문을 냈느냐를 더 친다고. 오히려 널널한 학회에 논문 많이 내면 점수를 더 깎일 수 있다고...
그런 분위기가 참 많이 부럽다. 현실과 이상은 괴리가 참 많다. 하긴 내가 능력이 철철 넘쳐서 탑 컨퍼런스들에 마구 논문을 내도 착착 채택되는 놈이었으면 이런 고민도 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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