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보았어2010. 1. 10. 15:20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원제: No Country for Old Men, 2007)를 보다. 
정말 최근 10년간 보았던 영화 중에 이것처럼 사람 난감하게 만드는 영화도 없던 것 같다.
Memento를 보았을 때 받은 충격 이상이다. Memento는 마지막에 상황 설명이라도 다 해주어서 반전을 이해하게나 도와주지, 이 영화는 아무런 반전도 없고 결말도 없이 주인공 중의 한명의 나레이션으로 끝난다. 

일단 코엔 형제가 감독을 했다길래 어느 정도 야리꾸리한 맛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퓰리처 수상작인 The Road(2006년 출간, 올해 영화로도 나왔다.)를 쓴 Cormac McCarthy(알고보니 이 할아버지 옆 동네 뉴 멕시코 산타페에서 산다.)의 2005년 동명 소설을 기초로 했다는 이 영화는 사냥을 하다가 마약상들의 거래 현장에서 현금 200만불을 횡재한 퇴역 군인의 얘기로 시작한다. 거래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래상들은 서로 총격전을 가해 모두 죽은 상태이고, 거래 대금이었을 법한 돈을 횡재한다. 다음날부터 안톤 쉬거라고 하는 킬러가 이 퇴역 군인을 찾아다닌다. 다니는 와중에 일반인이고 사건 관련자이고 상관없이 지 맘대로 죽이고 다닌다. 토미 리 존스가 연기한 늙은 보안관은 다른 누구보다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범죄를 막기에도 추적자를 찾기에도 그리고 사건 처리를 하기에도 역부족이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압축 공기를 들고다니면서 사람들을 죽여대는 안톤 쉬거는 여태 보았던 영화의 킬러들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의 평들 중에서 가장 공감하는 평들을 아래에 걸어둔다.

"좋은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 꼭 많은 단어와 문장이 필요한 건 아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사실 명쾌한 영화다. 이 영화는 감당할 수 없는 폭력을 마주한 노인의 뿌리 깊은 한숨을 위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거꾸로 그런 폭력을 앞에 두고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노인의 비관을 비난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당연히) 아니다. 단지 노인의 지혜로움이 결코 세상을 다스릴 수 없음을 조용히 관조해내는 영화다. 모든 노인이 지혜로운 건 아니지만, 시간의 녹을 먹은 노인들이야 말로 가장 지혜로울 수 있는 자들임에 틀림없다. 마침내 세계의 원리에 가깝게 가 닿았지만, 결코 그것을 감당해낼 수 없는 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늘 은퇴뿐이다. 이 세계에 시간의 개념이 생기고 역사가 기록된 이래 꾸준히 되풀이돼온 노인의 비극이다. 시공간을 통틀어 그 어디에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보안관의 마지막 독백이 바로 그 반복의 메커니즘을 친절하게 은유한다. 이 원칙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극 종반, 절대악 안톤 쉬거의 무력한 표정은, 그 역시 언젠가 모든 걸 알면서 동시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하고 말 것이라는 울림을 가져온다. 그렇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세상이 늘 어리석고 파괴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지혜로운 노인이 늘 사라져갈 수 밖에 없는 원리를, 그 모든 아비규환과 폭력과 살인과 슬픔이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까닭을, 끝내 설명해내고야 만다. 굳이 ‘요즘 것들’ 이라는 비아냥을 섞지 않으면서 말이다. 할렐루야." -허지웅 씨 블로그에서 

더불어 이 영화를 인생의 우연성에 대한 인간의 나약함으로 해석하는 평도 있다.

이 영화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 배경음악 하나도 쓰지 않았다고... 볼 때는 몰랐는데, 얘기 듣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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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art